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
홈 > 뉴스라인 > 세태고발
세태고발
세태고발

자식은 부모 소유물?…끊이지 않는 자식 살해

페이지 정보

작성자 월요시사신문 작성일18-01-08 10:52 조회432회 댓글0건

본문


정신질환이 있던 30대 여성이 어린 두 자녀를 아파트에서 던진 뒤 투신해 숨진 사건 등 부모로 인한 참극이 잇따른 가운데 비속살해를 막기 위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30대 주부 A씨가 4세 아들과 두 살배기 딸을 아파트 베란다에 던진 후 투신한 사건이 발생했다. A 씨와 아들은 숨졌으나 딸은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조사 결과 A 씨는 정신질환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비속 살해’ 범죄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의 정성국 박사가 지난 2015년 발표한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 논문에 따르면 2006년 1월부터 2013년 3월까지 발생한 비속살해사건은 모두 230건으로 매년 30~40건 발생했다. 그러나 비속 살해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가 없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비속 살해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비속 살해 범죄는 일반 살인사건으로 분류돼 별도의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살해 동기는 가정불화가 102건(44.6%)으로 가장 많았고, 경제문제 62건(27.0%)와 정신질환 55건(23.9%)이 그 뒤를 이었다. 살해 후 가해자가 자살한 경우는 102건(44.4%)이었고, 피의자가 정신질환이 있는 사건이 66건(28.7%)으로 집계됐다.

피해자의 연령은 9세 이하가 123명(59.1%) 등 20세 미만이 전체의 87.0%이었던 반면 가해자의 연령은 30대가 42.8% 등 30ㆍ40대가 전체의 77.9%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가정불화와 경제적인 어려움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비속 살해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자존심이 낮은 상태에 있는 부모가 자식에서 자신을 투영해서 보는 이른바 ’거울 효과’에서 비롯된 그릇된 인식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자존감이 낮아 스스로를 쓸모 없고 비참한 존재로 여기는 부모가 자녀에게서 자기 자신을 투영해 보면서 살해 욕구를 느끼게 된다”며 “이는 부모가 자녀를 자신과 분리된 인격체로 보지 않고 소유물로 여기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비속 살해가 아동학대의 연장선으로 발생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준환 충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과거에 자녀를 훈육한다며 체벌을 가하는 것이었다면 요즘은 자녀를 부모의 분노나 좌절을 직접 표출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병리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부모가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가 있을 경우 이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어 “비속 살해는 순간적인 문제가 아니라 가정 내 문제가 오랜 기간에 걸쳐 방치됐다가 극단적인 행위로 갑자기 표출되는 것”이라며 “주변의 개입을 통해 사건을 막을 수 있는 순간을 놓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속 살해를 막기 위해선 ‘사회적 양육’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자녀 양육에 한계를 느낄 때 사회가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배 프로파일러는 “우리 사회는 자녀의 양육을 도와주지 않는 시스템인 탓에 양육의 문제가 생겨도 방치되고 있다”며 “부모가 아이를 못 키우면 사회가 키워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초점을 두고 있는 아동학대 조기 발견 시스템과 함께 사후 관리에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현재 아동학대 조기 발굴에만 신경을 쓰고 있어 한 가정에서 문제를 발견하더라도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전혀 징조가 없기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꾸준히 아이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신호가 있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잘 포착해 철저히 모니터링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재형 기자]

  •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