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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이 썩어 문드러지는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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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6-10-25 13:37 조회5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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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림(본보 대표이사∙주필)

 

가을하늘은 저리 높고 청명한데 마음속에 내려앉은 하늘은 저마다 어둡고 눅눅하다. 마주치는 얼굴마다 조락하는 낙엽을 닮았다. 만산홍엽의 단풍처럼 화려한 치장은 아니더라도 저 핏기 없는 창백한 모습에 못내 가슴이 아려온다. 대체 우리들의 긴 항해는 얼마를 더 부대껴야 희망의 섬과도 같은 둥지에 안착할 수 있을까,

 

마음이 심란할 때나 극도의 상실감이 밀려올 때마다 ‘아무 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역리가 귓전을 때린다. 어쩌면 선문법어와도 같은 이 숭고한 삶의 실천도 서산대사의 ‘생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나는 것이요, 죽음은 바로 그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지는 것’[生也一片浮雲起,死也一片浮雲滅]이라,

 

‘뜬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으니라.’[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然]’임을 알게 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바닷가의 결 고운 모래나 조약돌도 무쇠로 된 정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잔잔하고 부드러운 물결의 힘이고, 굵은 나무의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는 것도 가볍고 부드러운 눈송이임을 알게 될 때 또 우리는 완숙한 삶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눈으로는 남을 볼 줄 알고, 귀로는 남의 이야기를 듣고, 머리로는 남의 행복에 대해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유일한선생의 어록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모든 이들의 이 가을이 행복과 풍요로움으로 넘쳐났으면 참 좋겠다.

세상이 시끄럽다 못해 광란의 폭주를 계속하고 있다. 여당 대표란 자가 허접한 단식을 무기로 국회의장 사퇴를 종용하더니 마침내 한 정치인의 회고록을 단두대에 올려놓고 여야가 난도질에 여념이 없다. 국감에 올려진 송민순회고록 파문은 분명 논쟁의 여지가 있으나 안팎으로 비상시국인 현 상황에서 이토록 정치력 낭비에 혈안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당사자격인 문재인씨의 뜨뜻미지근한 변명도 문제가 있지만 확실한 것은 ‘눈 가리고 아옹’하는 정치인들의 정략적 꼼수에 대다수 국민이 식상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정국주도권에 대선고지 선점도 좋지만 해도해도 지나친 정치인의 속물근성 앞에 국민들은 탈진과 절망의 늪을 허우적거리고 있다.

시급한 현안문제의 해결은 뒷전에 팽게치고, 본말을 전도하거나 호도하며 물타기 수법으로 정권유지와 정권재창출을 획책하는 정치인들의 파렴치한 저능아적 발상에 적어도 생각이 있는 국민들이라면 이들을 향해 과감히 철퇴를 들어야 할 때가 왔다.

 

현 정권의 불통과 유체이탈 화법 역시 날이 갈수록 가관이다. ‘헬 조선은 없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만 있다’던 박근혜정부는 측근비리와 특혜, 낙하산 인사에 금수저와 갑질로 바람 잘 날이 없다.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해도,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순실 게이트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북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연일 쏘아대며 서울 불바다를 외치고 있는데도 겨우 사드나 핵우산에 기댈뿐 이에 대한 자주적이고 항구적인 방어체계나 확실한 대안은 어디에도 없다.

 

‘국민이 나라를 믿지 못하는데 나라꼴이 무엇이 되겠는가,’ 집권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박근혜정권의 도덕성에 일침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러할 진데 ‘어려울 때 콩 한 조각 나누자’는 그의 말을 신뢰하고 따를 국민은 과연 이 땅에 몇이나 될까, 아니 대체 현 정권의 불통과 독선은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가, 임기 말기 권력누수나 레임덕을 가만하더라도 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되는 박근혜의 실정은 20%대의 지지율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아니 이 27%대의 지지율조차 황당하고 경이로울 뿐이다.

냄새 중 제일 고약한 냄새는 인간의 양심이 썩어 문드러지는 냄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아집과 독선을 버리고 불통을 소통으로, 화려한 말잔치나 수사적인 현란한 화법을 실천으로, 측근비호가 아닌 국민이 원하는 편에 선다면 민심은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그래서 국민이 정권을 신뢰하고 통치권자를 존경하는,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통하고 교감하는 그런 전율의 정치를 보고싶다. 재차 강조하건데 아무 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 이에 다시금 현 정권과 최고통치권자는 겸양을 미덕으로 진지한 자기성찰과 거듭나기를 충심으로 권고한다.

 

무릇 사람은 꿈과 희망을 먹고 살아가는 동물이다. 그 꿈과 희망을 빼앗기거나 상실할 때 좌절할 수밖에 없다. 금수저도 화려한 말잔치도 다 싫다. 다만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소시민들의 이 작은 희망만은 결코 짓밟지 말라.

<ckl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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