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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사설]사법 신뢰 무너뜨린 현직 부장판사 금품수수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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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6-09-05 12:36 조회1,2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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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2일 구속됐다. 지난해 1월 ‘명동사채왕’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최민호 판사가 구속된 지 불과 2년도 안돼 또다시 현직 판사가 비위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어떤 명목으로 뇌물이 오갔는지는 검찰 수사로 밝혀내야 하겠지만 재판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직 부장판사의 금품수수는 그 자체로 사법부 신뢰를 무너뜨린 충격적인 일이다.

대법원도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과 도덕성을 갖춰야 할 법관이 구속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점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판사 한 명의 개인 비리로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김 부장판사는 2004년 성형외과 원장 이모씨(구속)로부터 정 전 대표를 소개받은 후 오랫동안 어울리며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그가 2014년 고가의 외제차를 헐값에 넘겨받는가 하면 베트남 여행도 함께 다녀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시기는 정 전 대표가 300억원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한참 검찰의 수사를 받던 때와 일치한다.

문제는 사건브로커와 유착돼 금품 혹은 연줄을 동원한 로비에 익숙한 판사가 과연 김 부장판사 한 명뿐이겠느냐는 것이다. 정 전 대표가 현직 판사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부장판사 출신의 최유정 변호사(구속)에게 50억원의 수임료를 뿌린 것 역시 돈으로 판사들의 양심을 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6일 전국법원장 회의를 열어 양승태 대법원장이 직접 대국민사과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정말로 이번 일을 판사 한 명이 아닌 사법부 전체의 과오로 생각한다면 단지 말이 아니라 생살을 도려내는 과감한 개혁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검찰 역시 현직 부장판사 구속으로 ‘정운호 게이트’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고 착각하면 안된다. 검찰은 정 전 대표가 구속기소된 만큼 현직 검사들을 상대로 한 구명로비는 실패한 것으로 결론지은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믿을 사람들은 별로 없다. 정 전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은 두 차례나 무혐의 결정을 내리고 공소장에서 횡령 혐의를 제외해줬을 뿐 아니라 보석 단계에서 사실상 석방을 용인해주기까지 했다. 현직 검사들을 상대로 금품수수를 밝혀내지 못하는 한 ‘정운호 게이트’는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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