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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이 욕실…신문지가 이불…서울역은 ‘긴장 바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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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요시사신문 작성일17-09-06 14:18 조회5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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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지하철 1ㆍ4호선 서울역. 역사 공공화장실을 가보니 웃통을 벗은 노숙인 한 명이 세면대 물로 머리를 감는 중이었다. 물을 튀기면서 상반신도 모두 적시고는 휴지를 마구 뽑아 몸을 닦아냈다. 그는 벗어 던진 옷을 다시 쥔 채 당당한 걸음으로 사라졌다. 그 동안 다른 시민들은 일찌감치 물러선 채 악취로 코를 쥐고 있어야만 했다. 직장인 신주용(44) 씨는 “일상생활인 양 눈치도 보지 않고 공공화장실을 개인 욕실처럼 쓰고 있어 당혹스러웠다”며 “최근 날이 쌀쌀해지면서 노숙인이 더 자주 보이는 듯 한데, 금세 추워지면 또 얼마나 많은 노숙인이 (서울역에)몰릴지 벌써 염려된다”고 했다.

가을 날이 예년보다 빨리 다가오는 가운데, 지하철 서울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전국 노숙인이 서울역에 몰릴 시점이어서다. 지하철 서울역은 1ㆍ4호선을 모두 합해 연면적 2만369㎡ 규모로, 1~8호선 전체 277개역 중 특히 큰 규모에 속한다. 아울러 실내 특성상 비바람이 없고 혹한에도 18~20℃ 이상 온도가 유지되는 등 이점도 있어 지난 1997년 노숙인이 쏟아졌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집결지가 됐다. 일대 공공급식센터 등 지원시설들도 생기면서 이젠 ‘노숙인의 성지’로 굳어졌다.

6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매년 지하철 서울역에 상주하는 노숙인은 30여명이다. 다만 날이 추워지는 가을, 겨울에 접어들면 전국 각지에서 노숙인이 몰려 이때는 100여명 이상으로 는다는 게 공사 설명이다.

지난 4일 오후 7시 지하철 서울역을 다시 찾아가보니 긴 통로가 뚫린 6ㆍ7번 출구 쪽은 얼핏 봐도 40~50명 노숙인이 몰려있었다. 술과 음식물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있는 모습이 끝없이 펼쳐졌다. 몇몇 노숙인은 복도 한복판에 신문지와 종이박스를 깐 채 그 위에 누워 잠든 상태였다. 시민들은 통로를 막고 있는 이들에 눈살을 찌푸리며 지나갔다.

전국을 떠돌다 날이 성큼 추워지면 지하철 서울역을 찾는다는 노숙 5년차인 A 씨는 “그나마 따뜻하게 생활하기엔 어딜 견줘봐도 지하철 서울역만한 곳이 없다”며 “역이 전면 폐쇄되지 않는 한은 가을, 겨울마다 노숙인이 몰리는 게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노숙 8년차인 B 씨는 “매년 9~10월부터 노숙인이 이 곳으로 슬금슬금 모인다”며 “일종의 만남 장소이자 공동생활공간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띄게 몰린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시는 외환위기가 터진 다음 해인 지난 1998년 9월 지하철 서울역 일대에 ‘다시서기지원센터’를 세워 주변 노숙인을 돕고 있다.

노숙인 100~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로, 매년 하반기가 되면 ▷건강검진 ▷일자리 알선 ▷식사ㆍ임시주거시설 지원 등 서비스에 더욱 집중, 의욕 되찾기를 종용한다. 하지만 애초 단체생활을 꺼리거나 센터 상주 시 지켜야 하는 규칙적인 생활일정 등이 맞지 않아 손길을 피할 시엔 지원 방도가 사실상 없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공사도 인도적인 차원에서 보면 정착할 곳 없는 역 안 노숙인을 무턱대고 쫓아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금은 철도안전법 제48조 ‘역 및 열차 내 노숙행위 금지’에 따라 다른 시민에게 피해를 줄 때만 대개 퇴거 명령만 내리는 중이다.

공사 관계자는 “노숙인은 신분이 불분명해 벌금을 매기기도 난감하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역 내 직원 20여명을 총동원해(노숙인으로 인한)돌발상황은 모두 예방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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