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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닫은 지갑… 커피까지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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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6-11-23 15:21 조회3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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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인 쌀·고기 소비 줄이는 등 국민 60%가 소비 스타일 바꿔

연말 송년회 대목 다가오지만 단체석 예약 손에 꼽을 정도

"서민들 많이 쓰는 품목은 한시적으로 부가세 낮춰야"

22일 오후 서울 종로5가 아웃도어 점포 거리는 썰렁했다.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곳이 20여개 점포 중 절반을 넘었다. 점주 유모(42)씨는 "내수가 싸늘히 식으면서 시장이 완전히 죽었다"면서 "하루 매상이 300만원은 돼야 버틸 수 있지만 요즘은 손님이 10여명에 불과해 100만원 찍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는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여파로 단체 행사복 주문이 끊겼다"고 했다. 중소기업 브랜드 중저가 의류를 판매하는 인근 점포에는 '70~90% 세일' 현수막이 걸렸다. 하지만 2만원 안팎 바지나 셔츠 한 벌을 사는 장년층 고객 서넛이 전부였다. 한 직원은 "작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훨씬 힘들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소비가 갈수록 움츠러들고 있다. 국내 정치 상황이 소용돌이치고, 미 대선 후폭풍으로 대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줄여

 

주식인 쌀과 고기는 물론 기호 식품인 커피와 차의 소비도 줄었다. 커피와 차의 소비는 15분기 연속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옷도 사지 않고 버티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9월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 감소했다. 4분기 연속 줄어든 것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장 기간 감소세를 지속했다. 가계 소비 성향(71.5%)도 3분기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손님이 부쩍 줄어든 음식점들은 폐업 위기에 몰리고 있다. 연말 송년회 대목을 앞두고 있지만 단체석 예약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여의도 증권가 한 음식점은 점심 시간에 150여개 좌석 중 손님이 있는 곳이 20%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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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은(33)씨는 "최근 회사 구내식당에서 점심과 저녁을 해결하고 있다"며 "1000~2000원이라도 아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KFC는 지난 7월 전국 213개 매장의 햄버거와 치킨 값을 18% 내리고, 4900원짜리 점심 세트를 출시하며 주머니가 가벼워진 직장인들을 공략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10명 중 6명이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최근 소비 습관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비나 의류 구입비를 줄였다는 이들이 50%가 넘었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는 "외식비를 줄이는 수준을 넘어 식재료 소비까지 줄고 있다는 것은 현재 소비가 매우 심각하게 위축됐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백화점은 할인 코너만 북적

 

백화점과 면세점, 대형 마트 매장은 할인 코너를 제외하곤 텅텅 비었다. 할인 폭이 크지 않으면 아예 구입을 미루는 소비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3~6층 남녀 의류 매장은 한산했다. 반면 '구두·핸드백 초특가전' 등 할인 행사 4개가 동시에 진행된 9층 행사장은 내국인 손님들로 북적였다. 12층 면세점 화장품 코너에선 국산 브랜드 제품을 수십만원어치씩 구입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계산하기 위해 20~30m씩 줄을 섰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상황도 비슷했다. 제주 은갈치(1만7800~1만9800원) 등이 진열된 생선 코너는 손님들이 뜸했지만, 일반 가공식품 코너에선 중국·동남아 관광객들이 조미김 세트와 과자류 등을 카트에 쓸어담았다.

 

"한시적 부가세 인하 등 특단 조치 고려할 시점"

 

도매 시장과 전통 시장의 상황은 더 어렵다. 서울 중구 평화시장 1층에서 남성용 셔츠와 점퍼를 판매하는 김모(39) 사장은 "임차료 내고 내 인건비라도 건지려면 하루 매상이 70만~80만원은 돼야 하는데 요즘은 30만원 올리기가 어렵다. 오늘은 3만원짜리 점퍼 한 벌 판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서대문구 영천시장 300m 골목 안에는 손님이 50명도 되지 않았다. 수산물 매장을 운영하는 한은아(52)씨는 "매년 장사하기 더 힘들어진다. 올해는 작년 벌이의 70%도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가뜩이나 어려운 골목 상권은 하루를 버티기 힘들다"며 "문제는 이런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공공 부문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수요 증대와 함께 서민들이 많이 쓰는 품목에 대해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를 낮추는 등 특단의 대책을 고려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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