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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감당 힘들어…" 초등교사들 江南근무 손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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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요시사신문 작성일17-12-04 15:21 조회3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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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넘는 민원을 겪고 나니 하루라도 빨리 강남을 벗어나고 싶더라고요. 교장·교감도 힘센 학부모 항의에 한마디도 못 하고 교사에게 무조건 죄송하다고 하라고 합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이모(41) 교사는 "올해만 넘기면 강남·서초 학교에서 다시는 근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2학년 학생들끼리 말다툼을 벌여 잘 타이르고 화해시켰는데, 한쪽 부모가 학교폭력위를 열라고 요구하더니 '아이 큰아빠가 판사'라며 소송을 걸겠다고 찾아오는 등 몇 달 동안 시달렸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출퇴근이 조금 힘들어지더라도 학생 지도가 쉬운 동네로 학교를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강남·서초 초등 교사 20%가 '초짜'

최근 서울에서 '초등 교사 강남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학부모 민원 등의 이유로 강남·서초구 내 초등학교 근무를 기피하는 중견 교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초임 교사가 메우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들어 강남·서초를 나가는 교사는 늘어나는 반면 들어오려는 교사가 줄어들어 초임 교사가 강남·서초에 배치되는 비율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강남·서초 지역 학교에 근무하는 경력 10년 미만 초등교사 비율은 서울 25개 자치구 평균(35%)보다 높은 41.7%였다. 반면 이들 지역의 20년 이상 30년 미만 중견 교사 비율은 서울 평균(18%)보다 낮은 13.5%였다. 또 강남·서초 초등교사 5명 중 1명은 최근 4년 내 신규 발령 난 교사다. 5년 전만 해도 강남구(18.8%)와 서초구(17.0%)는 신규 교사 비율이 서울 평균(15.8%)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두 지역의 신규 교사 비율이 가장 높다.

교사들은 강남 근무 기피 이유로 "까다로운 학부모와 학생의 높은 교육 수준 때문에 학생 지도가 어려워지고, 담임 교체 요구 등 민원 발생이 잦아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강남·서초에서 교권 침해 사례나 민원이 발생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선생님이 다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몇몇 학부모가 교장실로 몰려오는 일도 있었다"면서 "드센 학부모는 극소수지만, 한 번 이런 일이 생기면 전체 교사 사기가 뚝 떨어진다"고 말했다. 강남의 한 초등교사는 "교사 10명 중 서너 명이 신규일 때도 있다"며 "경력이 짧은 교사는 학부모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더 쩔쩔매고, 행정 업무는 중견 교사 몇 명이 다 맡으니 너나없이 다 힘들어한다"고 토로했다.

시교육청, 강남·서초 특별 잔류 허용

전통적으로 강남·서초는 교사들의 선호 지역이었다. 학생들 학업 수준과 가정환경이 평균 이상이라 생활지도가 편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이 지역 학교를 배정받기 위해 위장 전입했다 적발되는 교사도 종종 있었다. 거주지에 따라 가까운 학교에 우선 배정하는 교원 전보 원칙 때문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강남·서초 지역에서 근무하겠다는 교사가 너무 많아, '강남·서초 관내 학교에서 5년간(1개 학교) 근무한 교사는 타 교육지원청으로 전보한다'는 규정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이 규정이 강남·서초 지역 교사 부족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내년부터 '강남·서초 특별 잔류'를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업무량이 많은 부장교사직을 맡는다는 조건으로 강남·서초 지역에서 5년 더 근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잔류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 3월 1일 자로 다른 지역으로 나가야 하는 강남·서초 초등 교사는 약 300명이며, 이 중 80여 명이 잔류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 몇 년간 특별 잔류를 허용하고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아예 제한을 없애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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