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붉은가을 주도하는 신진파, 내년 개막엔트리 바뀌나

한화 이글스의 가을은 붉다. 한화 구단 사람들은 '고춧가루 부대'라는 표현을 그리 달갑워 하지 않는다. 주 재료가 아닌 양념인 고춧가루. 이른바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B클래스 팀들에게 어떻게든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 이 역시 A클래스팀 입장에서 바라본 일방적인 표현일 뿐이다.

한화의 8월, 9월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0대 젊은 선수들이다. 올시즌 최악의 부상 도미노를 겪고 있는 한화는 주전들이 줄부상으로 무너졌다. 한달, 두달은 기본이고 장기결장도 많다. 김태균(옆구리 복사근 부상)과 정근우(팔꿈치 인대부상)는 여전히 빠져 있고, 이용규도 부상 여파로 대타 정도만 소화하고 있다. 불펜 핵심인 권 혁은 어깨통증을 호소하며 1군에서 빠진 상태.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카를로스 비야누에바는 각각 두달, 이성열 최진행 하주석 최재훈 허도환 김원석 송광민 등은 모두 시즌중 한달 이상 부상으로 쉬었다. 야수 중 최다 경기 출전은 외국인타자 윌린 로사리오로 116경기다. 한화는 18일 현재 134경기를 치렀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송창식 박정진 이태양 배영수 등이 부상으로 2군을 쉼없이 들락날락했다.

이 자리를 어린 선수들이 메웠다. 이른바 '강제 리빌딩'이었다. 이 대신 잇몸으로 채웠는데 오히려 성적은 더 좋다. 한화는 8월 이후 20승18패로 10개 구단 중 승률 3위를 기록중이다. 가을야구에 실패한 지난 10년간 최고 수치다.

마운드에선 김재영(24), 김경태(26) 이충호(23) 서 균(25), 2015년 2차 1라운드 1번 신인인 김민우(22) 등이 팬들앞에 섰다. 김재영은 선발 가능성을 김경태는 좌완 불펜으로 의미있는 피칭을 했다. 김민우는 어깨 부상과 손가락 혈행장애를 딛고 147km의 빠른 볼을 뿌려 팬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타선에선 내야수 오선진(28)이 첫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타율 3할1푼4리에 2홈런 17타점을 기록중이다. 정근우의 부상공백을 메우고 있다. 외야수 이동훈(21) 등도 1군에서 살아남으려 안간힘이다.

이 중 몇명이 내년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까. 이상군 한화 감독대행은 "누구도 확답을 못할 것이다. 계속 성장중인 선수들이고,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또 발전된 모습을 보일 것이다. 구단의 스토브리그 선수 수급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FA영입을 지양하고 내부 육성으로 팀 기조를 선회중인 한화. 하지만 다년계약 중인 FA, 베테랑도 많다. 지금은 부상 공백을 메우는 카드지만 이들이 복귀하는 내년이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김재영 오선진을 제외하면 주전으로 믿고 맡기기엔 한참 부족하다.

한화 내부적으로는 올가을 활약도 중요하지만 내년 이후를 염두에 두고 있다. 더 단단한 '1.5군 멤버풀'을 만들고 있다는데 의미를 둔다. 한화는 수년간 주전과 2군의 기량차를 메울 백업카드가 무척 약했다. 긴 페넌트레이스를 극복하려면 백업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작은 변화의 시작인 셈이다.

[김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