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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슈팅 107개 막고 온몸 멍 … 단일팀 전력 8할은 신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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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요시사신문 작성일18-02-02 10:53 조회3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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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래 생일인데 이가 아픕네다.”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주장 진옥(28)은 지난달 29일 충치로 인한 통증을 호소했다. 평창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에 가세한 북한 선수 12명은 지난달 25일 진천선수촌에 처음 도착했을 때만 해도 “일 없습네다”라며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그러나 대한체육회가 치과 전문의를 불러 진옥을 치료해준 데 이어 그날 밤 한국 선수들이 깜짝 생일파티까지 열어주자 북한 선수들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북한 선수들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장비를 받기로 해서 빈손으로 내려왔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가 선수 개인별로 장비를 맞춰주자 북한 선수들의 마음의 벽도 허물어졌다. 라커룸에서는 K팝이 흘러나오고, 남북 선수들은 나이를 따지며 ‘언니’ ‘동생’을 가리기 시작했다.

단일팀은 4일 인천 선학경기장에서 스웨덴과 평가전을 치른다. 한국은 세계 22위, 북한은 25위다. 한 국내 아이스하키 관계자는 “조별리그에서 스웨덴(6위), 스위스(5위), 일본(9위) 등과 맞붙으면 단일팀이 5골 차 이상으로 질 수 있다. 단일팀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럴 때일수록 단일팀 골리 신소정(28)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스하키에서 골리는 전력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데 국내 아이스하키 관계자들은 “신소정은 대표팀 전력의 80% 이상”이라고 말한다. 신소정은 지난해 7월 스웨덴과 평가전(1-4패)에서 유효슈팅 58개 중 53개를 막아 선방률 93.1%를 기록했다. 

 

골리의 복장이 변신 로봇처럼 멋있어 보여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신소정은 중1 때 태극 마크를 처음 달았다. 올해로 국가대표 17년차다. 그의 삶은 대한민국 2030세대의 고단한 삶을 대변한다.

신소정은 고3 때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하늘나라로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돈을 벌기 위해 학생들에게 인라인 스케이트를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다. 15㎏가 넘는 장비를 메고 버스를 타기도 했다. 숙명여대 체육교육학과 4학년을 다니다가 휴학하고 남자 아이스하키 한라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2007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일본에 0-29로 참패를 당했다. 그 당시 일본의 유효 슈팅은 136개. 무려 107개의 슛을 몸으로 막아냈다는 뜻이다. 슛은 시속 100㎞가 넘었다. 신소정은 “그땐 온몸이 멍투성이가 됐다. 그런데 더 아팠던 건 ‘비전도 없는데 왜 하는 거냐’는 따가운 시선이었다”고 털어놨다.   

신소정은 아이스하키 유학을 위해 자신의 경기 영상을 직접 편집해 캐나다 대학에 보냈다. 그는 캐나다 남동쪽 끝 노바스코샤의 세인트 프라이스 제이비어대에 2013년 입학해 주전 골리로 활약했다. 2016년엔 북미여자아이스하키리그 뉴욕 리베터스에 입단했다. 연봉 1500만원으로는 원룸의 월세를 내기도 버거워 집에서 ‘혼밥’을 먹으며 운동을 계속했다.

신소정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평창올림픽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할까 생각 중이다”며 “남들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하지만 내게는 ‘무한도전’이다. 평창에서 1승을 거두는 기적을 이뤄내고 싶다”고 말했다. 

 

신소정이 경기 때 쓰는 마스크에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한국을 상징하는 한복을 입은 여인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하늘에서 나를 지켜봐 주실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신소정은 지난달 30일 인스타그램에 영어로 이렇게 적었다.

“나는 마지막 방어선에 서 있다. 내가 방어하는 골 크리스는 나의 집이다. 초대받지 않은 그 무엇도 이곳에 들어올 수 없다. 나는 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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