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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와 소박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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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6-09-12 11:37 조회6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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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게 솟은 에메랄드 빛 하늘이 눈부신 계절이다. 그 밑을 흘러가는 구름도 푸르고 눈이 부시다. 백 팔 년 만에 찾아온 사상초유의 더위라는 올 여름 폭서도 감미로운 가을바람에 서서히 기력이 쇠진하고 있다. 끝 모를 불볕더위와 사회전반의 총체적 위기가 서민들의 목을 옥죄었던 지난 여름은 그야말로 펄펄 끓는 용광로 그 자체였다. 여소야대임에도 불구하고 비타협과 불통의 고질적 병폐가 심화된 정치, 경제사회 전반의 침체와 부패의 만연은 극단의 신 냉소주의를 잉태하기에 충분했다.

 

이제 대다수의 군중들은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꿈 꾸어볼만 한 그 무엇조차도 벅찬 까닭이다. 무기력과 상실감, 힐난과 조소로 패배의식에 젖어있는 얼굴마다 소나기를 몰고 오는 먹구름의 형상을 닮았다. 그런 까닭에 이 풍요롭고 선선한 가을이, 감미로운 바람의 냄새조차 가슴으로 안을 수 없는 이 가을이 자꾸만 우울한 잿빛 색깔로 채색되기에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이쯤 해서 간곡히 진언하건데 제발 소시민들의 작고 소박한 꿈과 희망만큼은 결코 빼앗지 말라는 것이다.

 

그중 압권은 역시 청와대 민정수석 우병우 사태다. 즉시 사퇴하고 의혹을 규명하는 법의 심판대에 자진출두 해도 모자란 마당에 무조건 버티기 수법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 가관인 것은 박근혜정부의 오만과 방만이다. 들끓는 민심을 헤아리기는커녕 제 식구 감싸기에 목을 매단 모습을 보자면 처연함을 넘어 한 가닥 비애가 묻어난다. 이 수많은 시행착오와 미필적 과실의 부채탕감을 어찌 청산할 것인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대체 현 정권의 폭주와 불통의 끝은 어디인지 참담한 심정 가눌 길이 없다.

 

여기에다 계속되는 사드논란과 북핵위기는 폭발직전에 있다. 민심통합을 전제로 요격미사일 방어 시스템이나 특단의 대안마련은 국가보위와 생존의 절박한 문제다. 나아가 핵은 핵으로 응징해야 한다는 핵무장론이 정치권 일각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NPT 탈퇴 등 공포적 균형논리에 상당한 위험요소가 내포된 주장이긴 하지만 결코 가볍게 흘려 넘길 수 없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수면 아래 시한폭탄처럼 웅크리고 있는 세월호, 한진해운의 물류대란과 경기침체의 가속화, 구미의 반신반인 박정희 밥상, 전 국회의장 사위라는 부장검사 김형준의 접대부 스폰서 의혹, 깃털과 맹탕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먹통청문회 등 날이 갈수록 박근혜정부의 레임덕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쯤해서 우리는 염라대왕도 부러워한다는 의원특권과 전관예우로 통칭되는 사법개혁이 절실한 선결과제임을 직시하고 혁명적 수술을 감행해야 한다. 권력자나 정치인에게 국민이 위임한 권력은 사리사욕을 위한 전유물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재분배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진정 이 민족과 역사 앞에 죄인이 되기를 자청하지 않는다면 통고의 자기성찰로 거듭나기를 다시금 간곡히 주문한다.

 

안팎으로 흉흉한 민심 속에 다가온 한가위가 목전이다. 주부들의 발길마저 한산한 재래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도심의 대형마트에서도 제수물품을 몇 번이나 들고 놓다가 끝내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서민들의 근심어린 낯빛이 시든 꽃잎처럼 쳐연하다. 이처럼 극심한 경기침체에서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장바구니 물가가 소시민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이번 명절도 그리 심기가 편치만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낙담하거나 실의에 젖어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제아무리 혹독한 고통일지라도 때가되면 언젠가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비록 빈손으로 갈지라도 모두 어머니가 손짓하는 고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등에 짊어진 일상의 무거운 짐이랑 근심들은 모두 흘러가는 강물에 부리고 여유롭고 넉넉한 마음으로 귀향을 서두르자. 값비싼 음식에 호화로운 상차림이 그 무슨 대순가, 햅쌀밥 한 그릇에 냉수 한사발로도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아직 우리에겐 내일이 있고 꿈꾸어 볼 그 무엇이 있기에. 더구나 행복의 조건은 물질이 아니라 정성과 마음 안에 있는 것이므로,

 

한층 높고 광활한 청잣빛 하늘과 황금빛으로 물든 가을벌판은 바라자보자면 그래도 꽉 막힌 숨통이 조금은 뚫리는 기분이다. 우리네 삶과 일상도 저 변함없는 자연의 섭리처럼 유유히 흘러갈 수는 없는 것일까,

조상의 은덕에 감사하고, 오순도순 둘러앉아 정담 섞인 송편을 빚어가며 등이라도 토닥거리며 두 손을 꼭 맞잡고 서로의 힘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미덕 속에서 보름달처럼 환한 그런 추석명절이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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